오늘 저는 Oral presentation을 하였습니다.
이거 하나 때문에 근 한주 반을 보낸 것 같습니다.
교양과목이라면 좀 느슨하게 할텐데 전공과목인 유기화학(Org. Chem.)
부분인지라 정말 최선을 다해야 했지요~ ^^

오후 1시 반부터 이 수업을 듣는 모든 학생들이 자기 파트를 발표하기
시작했습니다.
역시 애들은 이것 저것 준비를 잘 하더군요.
여학생들은 직접 큰 도화지에 색지 이것 저것을 사용하여 자기 compound를
위해 무진 꾸몄더라구요.
그러나 워낙 재미없는 부분이다 보니 애들은 슬슬 지치기 시작했습니다.

처음 한두녀석이 발표할 때는 애들이 줄곧 듣더니 시간이 흐르면서
조금씩 애들 눈이 풀리더군요.

그러면서 저의 차례가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처음 들어보는 전문용어들이 무더기로 나왔기 때문에 속으로
그 단어들을 계속 반복하며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드디어 저의 차례!!

와.. 죽는 줄 알았습니다.
왜이렇게 발음이 안되는 건지..
원래 영어 못하는 건 당연하지만 그래도 발음 부분은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그놈의 발음이 안되는 겁니다..
속으로 눈물을 흘리며 읽어 나갔습니다.
그리고 제가 맡은 compound의 synthesis를 설명할때는 정말 최고였죠!
온갖 broken english를 다 섞어가며 남이 듣건 말건 제 멋대로 설명했습니다.

근데 재밌는 걸 발견했습니다.
이 수업을 듣는 학생들이 18명인데요.
교수님을 포함한 19명의 사람들이 뚫어지게 저의 말 한마디 한마디에 집중하는 겁니다.
거 참 신기하데요~
영어가 안 되니깐 애들이 다 다른 데 쳐다보면서 집중 안할 것 같았는데..
전혀 그 반대의 현상이 나오더군요.

사람들 시선 때문에 얼굴 뚫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

8분여에 걸친 발표가 끝나고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그 언어실력으로 정말 수고했다는 격려와 위로가 뒤섞인.. 전혀 감탄은 없는)

재밌더라구요. 저한테는 질문도 안하더군요. 하하하하

"나는 이렇게 사람들을 내게 집중시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 라는
말도안되는 자아도취에 빠진채 그 수업을 마쳤습니다.


그러고보면 '마음가짐'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작년 봄 학기 때에도 일반화학 수업을 들을때 두명이 짝이 되어
프로젝트를 하고 발표하는 것이 있었는데 당시 저는 미국인들 앞에서
제 영어 말하는 게 두려워서 끝까지 아무말도 안했었습니다.
정말 발표하는 게 너무너무너무너무 싫었었습니다.
그래서 제 파트너가 다 말했었고 결국 이것 때문에 제 일반화학 봄학기 학점은
뚝 떨어졌었답니다.

그랬던 제가..

두명이 하는 것도 아닌 혼자 하는 프로젝트를 별 두려움 없이 끝냈습니다.

참 아무것도 아닌 일 가지고 제가 지금 요란을 떨고 있지요? ^^
그런데 이건 저한테는 참 큰 사건입니다.

마음가짐..  결코 나 스스로는 아무리 노력해도 바꿀 수 없는 것..  
그러나 그 분으로 인해 이렇게 작은 것 하나에도 바뀌어지는 역사가 있네요..